경기도 김동현지사 제106주년 3.1절 기념사
3.1운동 106주년을 맞는 뜻깊고 기쁜 날입니다.
기념사에 앞서, 먼저 오성규 애국지사님의 쾌유를 빕니다.
오늘 이 자리에 애국지사님께서 직접 참석하셔서
독립선언서를 낭독해 주실 예정이셨습니다.
지사님께서도 꼭 참석하시겠다는 의지가 강하셨다고 들었는데,
어제 갑자기 몸이 편찮으셔서 입원하셨습니다.
지사님께서 하루빨리 쾌차하셔서
오래오래 건강한 모습으로 국민 곁에 계셔주시길 기원합니다.
오늘 자리에 함께하시진 못했지만 지사님께
큰 박수로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전해주시길 바랍니다.
독립선언서를 낭독해 주신 독립유공자 후손,
안홍순 님, 김호동 님, 이정윤 님, 최수아 님께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작년 11월 17일, 오희옥 지사님께서 영면하셨습니다.
오희옥 지사님은 마지막까지 우리 곁에 남아 계셨던
유일한 여성 독립운동가셨습니다.
오희옥 지사님의 뜨거운 애국심과 헌신을
국민과 함께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
역사는 행동으로 시작된다는 진리를 증명하신
모든 순국선열과 애국지사들께 깊은 경의를 표합니다.
선대의 숭고한 뜻을 이어온 유가족 여러분께도
진심 어린 존경과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존경하는 1,420만 경기도민 여러분,
독립유공자와 유가족 여러분,
106년 전 오늘, 한반도는
“대한독립 만세”의 함성으로 가득 찼습니다.
선조들은 “광명을 향하여 힘차게 곧장 나아갈 뿐”이라는
독립선언서의 마지막 문장을 온몸으로 실천했습니다.
경기도는 3·1운동을 전국으로 확산하는 주요 거점이었습니다.
3월 1일, 이곳 수원 북문에서 열린 만세 시위를 시작으로
경기도 전역에서 총 225회의 3.1운동이 전개되었습니다.
경기도는 일제의 탄압이 가장 극심했던 지역이기도 했습니다.
4월 15일, 일본군은 화성 제암리와 고주리에서
가옥을 불태우고 주민을 학살하는 만행을 저질렀습니다.
선조들은 독립과 자유, 평등을 위해 온 힘을 쏟았습니다.
일제의 폭력에 맞서기 위해 무력 저항도 불사했지만
비폭력과 평화라는 원칙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3월 1일부터 5월 말까지 세 달간
일제에 의해 사망한 사람은 7,509명에 달했습니다.
6만 3천여 명이 부상을 입거나 체포당했습니다.
하지만, 3·1운동 당시 우리의 공격으로 사망한 일본 민간인은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일제의 무자비한 탄압에도
독립을 향한 의지와 희망은 더 뜨겁게 타올랐습니다.
3.1운동 기간 1,500번이 넘는 시위가 전개됐고,
전 인구의 10분의 1이 넘는 200만 명이 참여했습니다.
수백만의 사람들이 하나 되어 독립 만세를 외쳤습니다.
폭압에 숨죽이고 있던 평범한 사람들이
자신과 똑같이 자유와 평등을 꿈꾸는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3.1운동을 통해 너와 내가 하나의 민족임을 자각한 선조들은
20세기 격변하는 세계의 한복판에서
‘대한의 독립이 곧 세계 평화’임을 힘차게 외쳤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독립유공자와 유가족 여러분,
누군가는 묻습니다.
3.1운동 이후 그들의 삶이 얼마나 나아졌느냐고 말입니다.
3.1운동으로 세상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 세상을 사는 ‘주인’이 달라졌습니다.
학생들은 독립운동의 중심 세력으로 떠올랐습니다.
거리 시위를 주도하고, 동맹휴학으로 저항했습니다.
3.1운동 이후에도 독립의 열망과 정의감은 식지 않았습니다.
6·10 만세운동과 1929년 광주학생운동으로 항쟁을 이어갔습니다.
여성들은 사회운동의 중심으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3.1운동의 선봉에 섰던 여성들은
‘근우회’라는 전국적 여성운동을 조직했습니다.
겹겹의 굴레를 벗고 사회 개혁 운동을 펼쳐나갔습니다.
노동자들은 조직적인 저항에 나섰습니다.
동맹파업에 동참하며 독립운동에 힘을 보탰던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쟁의를 벌이기 시작했습니다.
원산총파업은 노동자의 결집력을 보여준 일대 사건이었습니다.
농민들도 전국적인 저항운동을 조직했습니다.
3.1운동의 마지막까지 횃불 시위와 봉화 시위를 이어갔습니다.
암태도 소작쟁의를 승리로 이끈 농민들은
사회·경제적 권리를 쟁취하기 위한 투쟁을 지속했습니다.
3.1운동은 일제에 대한 저항을 넘어 민주주의의 출발점이었습니다.
자유·정의·평화를 실현하기 위한 민주주의의 투쟁이었습니다.
부조리한 현실을 뒤집고,
새로운 나라를 꿈꾸던 평범한 사람들 속에서
민주공화국은 이미 태어나고 있었습니다.
만세 시위가 들불처럼 타오르던 1919년 4월 11일,
중국 상해에서 마침내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수립됐습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5번의 개헌을 통해
광복 이후 맞이할 새로운 나라의 청사진을 그렸습니다.
임시정부 수립 당일 발표한 ‘대한민국 임시헌장’은
제1조에 “대한민국은 민주공화제로 한다”고 명시했습니다.
5개월 뒤, 상해 임시정부는
1차 개헌을 통한 ‘대한민국 임시헌법’을 공포했습니다.
제2조에 ‘대한민국의 주권은 대한 인민 전체에 있다’라는
주권 규정을 최초로 명시했습니다.
지금의 대한민국 헌법 제1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의 뿌리입니다.
이 땅의 평범한 사람들이 만들어낸
위대한 역사의 시작입니다.
1944년 4월, 임시정부는 마지막 5차 개헌을 단행합니다.
좌우 세력의 합의로 만든 ‘대한민국 임시헌장’에
통합 정부와 통합의회 구성안을 담았습니다.
선조들은 3.1운동의 정신을 단 한 순간도 잊지 않았습니다.
통합의 힘으로 하나 된 나라를 준비했습니다.
선조들이 꿈꾼 대한민국의 모습은 명료했습니다.
임시정부 내무총장 안창호 선생은
3.1운동의 목적을 이렇게 선언했습니다.
“우리의 운동은 단순히 주권을 되찾는 것이 아니라,
한반도 위에 모범적인 공화국을 세워
이천만 국민이 천연의 복락을 누리게 하는 것이다.”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독립을 위해 투쟁했고, 개헌을 실천했습니다.
‘국민이 행복한 민주공화국’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했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독립유공자와 유가족 여러분,
3.1운동 이후 한 세기가 넘게 지났습니다.
대한민국의 역사는
국민이 나라의 위기를 극복해 온 역사입니다.
자랑스러운 역사인 동시에 이제는 바꿔야 할 역사입니다.
국민이 나라를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나라가 국민을 걱정해야 합니다.
국민 모두가 자유롭고, 평등하고, 행복한 삶을 누리는
대한민국이 되어야 합니다.
‘삶의 교체’가 절실합니다.
진학 걱정, 취업 걱정, 노후 걱정, 기후 걱정,
이 모든 걱정과 불안, 전쟁 같은 삶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잠재력과 역량, 저력을
마음껏 발휘하는 나라를 만들어야 합니다.
3·1운동에서 시작된 저항의 불꽃은
1987년 6월 다시 한번 전국에 타올라
민주주의를 복원해 냈습니다.
그리고 다시, 2017년 촛불과 2024년 응원봉의 빛으로 이어졌습니다.
대한민국 헌법도 1987년 마지막 개헌까지
‘대한민국 임시헌장’을 근간으로 ‘시대 정신’을 담아왔습니다.
38년이 지난 ‘87년 체제’는 이미 한계에 도달했습니다.
‘촛불혁명’과 ‘빛의 혁명’이 상징하는 ‘시대 정신’을 담기에
너무 작은 틀이 되어버렸습니다.
‘삶의 교체’를 위한 개헌으로
새로운 나라, 제7공화국의 문을 열어야 합니다.
첫째, ‘계엄 대못 개헌’이 필요합니다.
계엄에 대한 국회의 사전·사후 통제를 강화하고,
5·18 민주항쟁의 정신을 헌법 전문에 반드시 포함해야 합니다.
다시는 이런 불법 계엄을 꿈도 꾸지 못하도록 못 박아야 합니다.
둘째, ‘경제 개헌’이 필요합니다.
토지공개념을 일부 도입하고, 지역 균형발전을 명문화해야 합니다.
노동, 교육, 건강, 환경, 주거, 복지 등
국민의 경제·사회적 권리를 헌법에 보장해야 합니다.
셋째, ‘권력구조 개편 개헌’이 필요합니다.
제왕적 대통령제를 분권형 4년 중임제로 개편해야 합니다.
결선투표제를 도입해 다수의 지지를 받은 대통령을 선출하고,
선거제도 개혁으로 기득권 양당 구조를 깨야 합니다.
개헌이 ‘제7공화국’의 열쇠라면
‘국민 통합’은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디딤돌입니다.
지난 2년 7개월 동안 윤석열 정부는 ‘역사 내란’을 벌였습니다.
사도광산 세계유산 등재, 몰상식한 역사 왜곡,
주요 역사기관장에 편향된 인물들을 임명하기까지
윤석열 정부가 입힌 분열의 상처를 치유해야 합니다.
경기도는 독립기념관 건립을 본격 시작합니다.
부지 선정 계획부터 마스터플랜까지
올해 안에 차곡차곡 세우겠습니다.
경기도 독립기념관을 국민통합의 구심점,
“역사와 미래, 지역과 세계를 잇는
대한민국 정신의 거점”으로 만들겠습니다.
존경하는 1,420만 도민 여러분, 국민 여러분,
독립유공자와 유가족 여러분,
3.1운동과 독립운동의 역사는
오늘의 우리를 있게 한 자랑스러운 뿌리입니다.
대한민국은
3.1운동의 정신과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이 있어
비로소 대한민국입니다.
3.1운동의 정신이 살아 있는 한
우리의 민주주의, 우리의 자유, 우리의 정의는
더 나아갈 수 있습니다.
‘모두의 나라’를 위해 자신의 삶을 던졌던 선조들을 기억하며,
서로의 손을 더욱 굳게 맞잡읍시다.
106년 전, 선조들이 3.1운동으로 연 길 위에서
‘모든 국민이 행복한 나라’를 향해 힘차게 나아갑시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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