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수입쌀, 해외원조 활용 본격화…국내 쌀시장 안정 기대
정부, TRQ 물량을 국제 식량원조에 적극 활용
국내 쌀 공급 과잉 해소 방안으로 ODA 활용 부각
전문가들, 수입쌀의 체계적 원조 전환 필요성 제기
의무수입쌀, 해외 식량원조로 활용…정책 전환 신호탄
정부가 태국과 베트남 등에서 수입한 의무수입쌀(TRQ 물량)을 국제 식량원조 사업에 활용한 사실이 확인됐다. 지난 8월, 세계식량계획(WFP)을 통해 에티오피아에 전달된 쌀 포대에 ‘Thailand’ 원산지 표기가 포함된 것이 그 증거다. 이 같은 조치는 국내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된 수입쌀의 공적개발원조(ODA) 활용 주장과 맞물려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그동안 정부는 수입쌀을 해외 원조에 사용하자는 의견에 대해 수출국의 반발 가능성을 이유로 신중한 입장을 견지해왔다. 그러나 올해 처음으로 ODA 사업에서 수입쌀이 활용됐으며, 그 비중이 90%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국내 쌀 과잉 문제를 완화하는 대안으로 검토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결정이어서 관심이 집중된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지난 9월 1일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한국이 의무적으로 수입하는 쌀을 동남아 및 아프리카 국가에 지원하면 국내 쌀 시장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현재 농업계에서는 매년 40만8,700t에 달하는 TRQ 물량 중 일부를 해외 원조로 전환할 경우 국내 쌀 수급 안정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견해가 강하다.
국산 쌀보다 수입쌀 지원이 증가…정책 변화 배경은?
우리나라는 2018년 식량원조협약(FAC)에 가입한 이후 매년 5만t의 국산 쌀을 저개발국에 지원해왔다. 기존 방식은 농림축산식품부가 WFP에 지원금(5만t 상당)을 보내면, WFP가 국내 정부양곡을 구매해 지원국으로 배포하는 구조였다. 그러나 올해는 지원된 5만t 중 4만5,000t이 수입쌀로 채워졌으며, 해당 물량은 예멘, 에티오피아, 케냐, 우간다 등에 전달됐다. 이는 사실상 국산 쌀 지원 기조가 변경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정부는 이러한 결정 이전에 민간 연구소 등을 통해 TRQ 물량을 활용한 식량원조의 타당성을 검토했다. 연구 결과, 국내에서 수입쌀 소비율이 높아 이를 식량원조로 전환하는 것이 큰 제약 없이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다만 농림축산식품부는 “2022년 원조 계획을 수립할 당시, 2019~2020년산 정부양곡 재고가 충분하지 않아 불가피하게 수입쌀을 병행 지원한 것”이라며 정책 변화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전문가들, ‘수입쌀의 체계적 원조 활용’ 필요성 제기
국내 쌀 공급 과잉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매년 40만t 이상의 의무수입쌀이 추가되면서 시장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황성혁 농협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일본은 의무수입한 쌀을 국영무역을 통해 가공·사료용으로 활용하거나 해외 원조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며 “우리도 수입쌀 중 일부를 해외 지원용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보다 체계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국제사회의 요구에 부응해 식량원조 규모를 확대하면서도 국내 시장의 부담을 줄이는 방안으로 TRQ 물량을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김명환 GS&J 인스티튜트 시니어이코노미스트는 “정부가 ODA 사업을 확대하면서 수입쌀을 원조용으로 적절히 배분하면 국내 쌀 공급 안정화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에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쌀값정상화 태스크포스(TF) 팀장인 신정훈 의원은 “정부는 쌀 수출국들과 재협상을 통해 TRQ 물량을 보다 적극적으로 ODA에 활용하고, 이를 통해 국산 쌀 시장과의 분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론
정부의 이번 조치는 국내 쌀 과잉 문제를 해결하는 한편, 국제 식량원조 정책에도 변화를 시사하는 중요한 신호로 해석된다. 앞으로 정부가 TRQ 물량을 원조에 지속적으로 활용할지, 이에 대한 국제사회의 반응과 국내 농업계의 입장은 어떻게 정리될지 주목된다. #국제식량원조 #수입쌀 #식량안보 #ODA프로젝트 #해외원조 #농업정책 #국제협력 #식량지원 #WFP #식량위기